에픽테토스 47

#53

어떤 경우에든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도록 아래의 인용문들을 기억해두라.제우스여, 당신, 운명의 신이시여, 나를 이끄소서, 당신이 정해주신 어디로든.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따르겠나이다. 형편이 어려워 거부해야한다 해도, 따르겠나이다. 기품을 잃지 않고 필요에 순응하는 자, 그 누구든 우리에게는 현자이자 신적인 것을 아는 자이니.크리톤이여, 나의 죽음이 신들을 기쁘게 한다면, 죽게 내버려두게. 아니토스와 멜레토스[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자들]는 나를 죽일 수는 있되, 해를 입힐 수는 없다네

#52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영역은 원칙(예를들면, 거짓을 말하지 마라)의 적용이다. 두번째 영역은 원칙을 뒷받침하는 증거(예를들면, 거짓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의 근거들)를 다룬다. 세번째 영역은 증거를 확인하고 분석한다(이를테면 무엇이 어떤 것을 증거로 만다는가, 증거란 무엇인가, 타당성, 모순, 진실과 거짓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탐구). 그러므로 세번째 영역은 두번째 영역을 위해 필요하고, 두번째 영역은 첫번째 영역을 위해 필요하다. 이중 우리가 늘 머물러야 하는 가장 필수적인 것은 첫번째 영역이다. 그런데 우리는 세번째 영역에 시간을 낭비한다. 첫번째 영역을 완전히 무시한 채 세번째 영역에 모든 열정을 쏟는다. 그 결과 우리는 내놓아서는 안되는 증거들을 내놓을 준비를 한채 거짓말을 한다.

#51

자신을 가장 가치있게 여기고 모든 일에서 이성을 결정적 원리로 삼는 일을 언제까지 미뤄둘 생각인가? 너는 반드시 동의해야하는 원리를 알게되었고 그 원리에 동의도 했다. 그런데도 너를 개선시켜줄 선생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가? 너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니고 이미 다 자란 성인이다. 나태와 태만 속에서 미적대며 자기 통제를 항상 내일로 미룬다면, 너는 자신이 아무런 발전 없이 죽을 때가지 보통 사람으로 삶을 소비할 뿐이라는 사실을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너 자신을 나날이 발전하는 성인으로 여기고 네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결코 위반해서는 안되는 규칙으로 삼아라. 그리고 네가 만나는 대상이 고통스러운 것이건 즐거운 것이건 인기있는 것이건 인기없는 것이건 간에 지금은 경쟁 중이고, 여기..

#49

크리시포스의 책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너 자신에게 말하라. "만일 크리시포스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자랑할 게 전혀 없을 텐데."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의 인도를 따르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자연을 해석해줄 사람을 찾다가 크리시포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의 책을 붙잡고 매달린다. 하지만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 책을 해석해줄 사람을 구한다. 여기까지 내가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석자를 찾았다고 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일이 있다. 바로 가르침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 이야말로 내가 자랑할 유일한 일이다. 그런데 해석 행위만이 내게 영향을 주었다면, 호메로스가 아니라 크리시포스를 해석하고..

#48

보통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에서 이익이나 손해를 구한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의 특징은 이익과 손해를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것이다. 발전하는 사람은 누구에 대해서도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누구에 대한 칭찬도 하지 않는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거나 대단한 무언가를 알고 있음을 과시하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좌절하거나 방해를 받을 때 항상 자신을 탓한다. 그는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을 마음속으로 비웃는다. 그는 비난을 받아도 변명하지 않는다. 그는 다친 팔다리그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다시 다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는 환자처럼 행동한다. 모든 욕망을 물리치고 혐오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 같운데 본래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쪽으로 향하게 한다. 그는 ..

#47

네 몸이 소박한 식사에 익숙해졌다고 해서 이를 자랑하지 마라. 네가 물만 마시고 지낸다고 해서 이를 계속 떠벌리지 마라. 지구력훈련을 한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 하라. 옥외에서 조각상을 껴안고 있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마라. 너무 목이 마르면 찬물을 입에 머금었다가 뱉되 아무 말도 하지마라.

#46

보통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철학자라고 밝히거나 자신의 철학적 원리에 대해 많이 말하지 마라. 그저 너의 철학적 원리가 지시하는대로 하라. 예를들어 만찬에 참석했으면 식사 예절에 대해 논하지 말고 그냥 맛있게 먹어라.소크라테스는 철학자를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짢아하기는 커녕 오히려 철학자들에게 데려다줄 정도로 과시욕이 없었음을 기억하라. 대화가 철학적 핵심에 이르면 대체로 침묵을 지켜라. 충분히 소화하지도 못한 것을 곧바로 토해낼 위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너의 침묵을 무지로 해석하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을 때 진정으로 철학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양들은 양치기에게 사료를 가져와 자신들이 얼마나 먹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양들은 몸안..

#45

빠르게 목욕하는 사람을 보면 목욕을 잘못한다고 말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 목욕을  빨리 한다고 말하라.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보면 술을 잘못마신다고 말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 술을 많이 마신다고 말하라.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의 행동이 나쁜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어떤 상황에 대한 의심할 여지없는 인상을 확실하지 않은 어떤 것의 승인과 연결짓지마라.